"사전투표 못 믿겠다"…폐지론 띄우는 여당

입력 2023-10-11 18:23   수정 2023-10-12 02:29

사전투표제를 축소·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에서 제기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가상 해킹 테스트 결과 사전투표 시스템이 선거 조작 시도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일각에선 국민들의 투표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도입된 사전투표제를 폐지하거나 축소하면 유권자의 선거권이 침해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꾸준히 늘어나는 사전투표율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1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선관위의 선거 관리 시스템 전반이 사실상 해킹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이라며 “선관위는 부실한 보안망을 꼼꼼히 정비하고 강화하는 시스템 개선의 가시적 결과를 국민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 대변인은 이어 기자들과 만나 “사전투표 시스템은 중복해서 누구든지 (투표)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이미 드러났다”며 “사전투표 시스템을 없애는 식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전투표제는 선거 당일 투표가 어려운 유권자가 본 선거일 이전에 투표하는 제도다. 2013년 ‘4·24 재·보궐선거’에 처음 도입된 뒤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이후 전국적으로 시행됐다. 해외에선 미국 캐나다 일본 스위스 호주 등이 사전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사전투표율은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11.5%였던 사전투표율은 2016년 20대 총선 12.2%, 2017년 19대 대선 20.1%, 2020년 21대 총선 26.7%로 매번 상승했다. 지난해 20대 대선에선 36.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권자 3분의 1 이상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는 의미다.

지난 6~7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율도 22.6%로 역대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를 통틀어 최고치를 나타냈다. 사전투표제 도입으로 총투표율도 다소 높아졌다. 지방선거는 도입 전인 2010년(5회) 54.5%에서 2018년(7회) 60.2%로 높아졌고, 국회의원 선거는 2016년(20대) 58.0%에서 2020년(21대) 66.2%로 상승했다.
○사전투표자는 진보 성향?
정치권에선 사전투표율이 높을수록 진보세력이 유리하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2020년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발표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사전투표 유권자 특징 분석’ 논문을 보면, 21대 총선에서 사전투표자는 당일 투표자에 비해 이념적으로 진보 성향을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후보는 상대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서울 25개 구에서 모두 승리했지만, 사전투표에선 박 후보가 오 시장을 11개 구에서 이겼다.

이런 통설이 깨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전투표가 보편화되면서 고령층도 대거 사전투표장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19대 대선에서 24.6%였던 60대 사전투표율은 20대 대선에서 45.5%로 상승했다.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공식은 깨졌다”고 했다.

유권자의 선거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도 있지만, 논란도 적지 않다. 지난해 대선에선 코로나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과정에서 투표용지를 소쿠리 등에 담아 운반해 논란을 빚었다. 이번에는 국가정보원 보안점검 결과 선관위 전산망 보안이 취약해 사전투표 결과가 조작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사전투표제는 낮은 투표율을 개선하고자 도입된 제도”라며 “보안 문제와 부정 투표 우려 등의 부작용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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